복권의 유래
"복권"이라는 말은 어디서 왔고, 사람들은 언제부터 제비를 뽑아 무언가를 나눴을까요? 오늘의 로또로 이어지는 가장 오래된 뿌리를 따라가 봅니다.
이름의 뿌리 — lottery, lotto, 그리고 복권
영어 lottery와 이탈리아어 lotto는 모두 "몫·제비"를 뜻하는 게르만계 옛말(hlot)에서 갈라져 나왔어요. 이 말이 16세기 무렵 네덜란드어 lot 등을 거쳐 여러 언어로 퍼지며 오늘의 단어가 됐습니다.
한국어 복권(福券)은 글자 그대로 "복(福)을 적은 표(券)"라는 뜻이에요. 이름의 출발은 다르지만, 동서양 모두 '제비를 뽑아 무언가를 정한다'는 오래된 관습에 닿아 있습니다.
가장 오래된 제비뽑기
제비뽑기는 기록이 닿는 가장 먼 옛날부터 있었어요. 처음에는 도박이라기보다, 몫을 나누거나 결정을 내리는 공정한 방법으로 쓰였습니다.
한(漢)나라 무렵, 숫자나 글자를 골라 맞히는 제비뽑기 형태의 놀이가 있었다고 전해집니다. 흔히 "만리장성을 쌓는 자금을 댔다"고도 이야기되지만, 이는 근거가 분명치 않은 속설로 보는 편이 정확해요.
아우구스투스 황제는 도시 보수 재원을 마련하려 표를 팔아 추첨을 열었고, 연회에서는 손님들에게 제비를 뽑아 선물을 나눠 주기도 했습니다. 이때 상품은 돈이 아니라 물건이었어요.
'제비를 뽑는다'는 표현 자체가 영어 lot(제비)에서 lottery로 이어진 흔적이에요.
최초로 '돈을 건' 복권 — 저지대의 도시들
오늘과 비슷하게 표를 사고 돈을 상으로 받는 복권은 15세기 저지대(오늘날 벨기에·네덜란드 일대)에서 또렷이 등장합니다. 브뤼헤(1441년경)와 레클뤼즈(L'Écluse·오늘날 Sluis, 1445년) 같은 도시들이 성벽을 쌓고 가난한 이를 돕는 기금을 마련하려 복권을 열었어요.
"세금을 더 걷는 대신,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표를 사 공공의 일을 메운다" — 이 발상은 이후 수백 년간 세계 곳곳에서 되풀이됩니다.
번호를 고르는 형식의 탄생 — 제노바
오늘의 로또처럼 번호를 고르는 방식은 이탈리아 제노바에서 비롯됐습니다. 원래는 의회 의원 후보의 이름을 추첨해 뽑던 놀이였는데, 더 자주 즐기고 싶어 한 사람들이 이름 대신 1~90의 숫자를 넣기 시작했어요. 1643년 제노바 공화국이 이를 정식 인정하면서, "번호를 골라 맞히는 복권"의 원형이 자리 잡았습니다.
이 형식은 곧 베네치아·나폴리를 거쳐 유럽 전역으로 퍼졌고, 어디서나 '제노바식 로또(lotto)'라 불렸어요. 수백 년 뒤 대한민국의 로또 6/45도, 멀리 보면 이 흐름의 한 갈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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